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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1 오후 3:57:58 입력 뉴스 > 칼럼/사설

[박영일 칼럼]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안의중학교



 

해마다 입춘이 지나면 각급 학교에서 졸업식이 열린다. 졸업이란 학칙이 규정한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것을 증명하는 증서를 전달하는 일종의 의식행사다. 학생들은 학교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해방감에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도 수년간 정들었던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졸업식을 마친 졸업생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무리를 지어 시끌벅적하게 떠들면서 졸업의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졸업생수가 현저히 줄어 옛날 같은 분위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 25일 함양군 관내 5개 중고교에서 졸업식을 가졌다. 학생수가 많이 줄어 예년과 달리 시가지가 조용했다. 마침 이날 안의중학교 출신 지역인사를 만나는 일이 있었다. 졸업식이 있던 날인 만큼 대화는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그는 올해 안의중학교 졸업생이 28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신입생은 20명 정도라며 갈수록 학생이 줄어 훗날 동창회가 잘 될련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깜짝놀랬다.

 

안의중학교는 우리지역에서 해방과 동시 지역주민의 힘으로 설립된 전국 유일의 학교로서 사학명문 아닌가.

 

1919년 한일합방 이후 서당이 점차 사라지고 일제에 의한 공립학교가 설립되고 전국 각지의 이름난 부호들이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원대한 꿈을 갖고 사립학교를 설립했다. 그중에서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한사람인 이승훈이 유기행상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설립한 오산학교’, 보부상 출신으로 일제에 항거한 이용익이 세운 보성학원(지금의 고려대학교)’, 조선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보모인 최송설당이 평생 모은 재산으로 설립한 김천고등학교’,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조달한 경주 최부자 가문의 최준이 설립한 대구대학’, 가까이는 진주 지수의 만석군 허만정이 세운 일신여고(지금의 진주여고)가 있다.

 

특히 우리지역에는 이진언 선생을 비롯한 최태호, 이시우, 하종진, 하경상, 하종현, 김순종 등 안의지역 아나키스트들과 지역 주민들이 해방 후인 1945920일 안의중학교 기성회를 조직하고 학교 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안의지역 아나키스트들은 이듬해 전국의 아나키스트들이 모여 결성한 정당인 '독립노농당'에 참여하게 된다. 독립노농당은 국가의 완전자주독립, 노동자, 농민, 일반 근로대중의 복리를 위하고, 독재 배격을 통한 진정한 민주주의에 목적을 둔 정당이었다.

 

안의중학교 설립을 주도적으로 이끈 이진언 선생은 독립노농당의 초대 문교부장이었고, 후에 안의중학교 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역임하는데 <동아일보> 193978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 선생은 자신의 부친 회갑연에 쓸 돈으로 세금에 쪼들린 안의지역 670가구의 호별세를 대납하고 안의소학교(안의초등학교) 증축비와 체육시설비를 기부하는  선행을 보이기도 했다.

 

이진언, 최태호, 이시우, 하경상, 최병준, 변홍록, 이종구, 김종락, 김동수, 배재규, 김종판, 노수용, 맹남용, 진상대 등 기성회 이사들은 안의지역주민들에게 호소하여 현금 32만원과 이진언 선생외 41명은 전, , 잡종지 등 120,467(당시 싯가 200만원)을 기부재산으로 조성했다. 당시 쌀 40kg0.35원이였으니 모금된 기금의 액수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새나라 건설을 위한 인재양성은 시대적과제라고 할 수 있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한 중등교육기관 설립은 학숙이나 학원 등 교육기반이 없는 안의지역에서 농촌의 경제규모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의 지역 아나키스트들은 주민들의 호응으로 교육기관을 설립한 것이다.

 

1946620일 재단법인 심진학원(이사장 이진언)이라 칭하고 안의초급 중학교설립인가 신청을 했다. 얼마나 열정적이었던지, 인가도 받지 않은 상태(문교부인가일 1947215)에서 1학년 2학급 143명의 신입생을 받아 1946105일 개교식 및 입학식을 했다.

 

특히 내륙의 산간오지에서 진보적 교육관을 바탕으로 남녀차별을 금지한 남녀공학을 설립했다는 것은 파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의미속에서 탄생한 안의중학교 졸업생수는 현재 14,848명에 달한다. 그들은 지금도 국가와 사회의 동량으로 함양지역은 물론 전국방방곳곳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68회 졸업식에서는 28명밖에 배출하지 못했다. 위기상황이다. 자연스레 줄어드는 지방의 인구에 따라 안의중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의 수는 갈수록 줄어든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생각 할수록 안타깝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002기 민선자치시대를 맞아 안의중학교 학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안의중학교공립화 추진운동이 불꽃처럼 타올랐던 적이 있었다. 교육경쟁력 강화를 통해 인근 거창 등으로 유출되는 지역의 인재를 잡기위한 학부모들의 처절한 외침이었다. 공립화추진위에서는 재단과 학교를 향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것이 미래를 위하여 현명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중학교와 시가지 등에서 집회를 하고 심지어 일부 젊은 학부모들은 광풍루 아래에서 8일간 단식 농성도 했다. 서명운동도 전개하여 안의, 서하, 서상면에서 5000여명의 서명을 받는 등 2년여간 계속했지만 성취하지 못했다. 당시 학교와 재단이사회에서는 공립화는 선친들의 유지를 저버리는 것으로 자식이 할 도리가 아니다라는 명분으로 반대해 공립화 추진운동은 무산됐다. 지금 생각하니 학부모들의 요구인 공립화가 되지 못한 것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겪게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현재 안의중학교는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외부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30평 규모의 기숙사를 짓는 등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학교로서는 의당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선현들의 고귀한 뜻과 아름다운 정성이 깃든 학교가 영원하기 위해선 주민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민선자치시대의 행정당국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해방당시 주민 스스로 학교를 설립한 것은 이윤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내고장과 국가를 위한 인재육성이 목적이었다. 인재육성은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박영일

현) 함양인터넷뉴스 회장
현) 함양문화원 부원장

함양군청 기획감사실장 역임

 

 

 

 

 

 

 

 

 

함양인터넷뉴스(hy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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