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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3 오후 2:24:43 입력 뉴스 > 칼럼/사설

[박영일 칼럼] 추석 어제와 오늘



우리 민족 고유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

 

소년시절 명절이 좋아 마음을 졸이며 명절 연휴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학교도 안가고 맛있는 명절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보고 싶었던 친척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였다.

 

그러나 막상 돌아오는 것은 부지깽이도 함께 뛴다는 가을날이다 보니 놀 시간이 없었다. 빨갛게 익은 고추, 톡톡 튀는 참깨도 베어 말려야 하고 농촌의 가을은 바쁘기만 하였다.

 

무엇보다도 가장 귀찮은 것은 나락논의 새떼를 쫒는 것이었다. 애써 지은 1년 먹을 쌀농사를 새떼에게 한 톨이라도 뺏기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고 기억된다. 훠이~훠이 소리를 지르면서 빈 깡통을 두드리며 논두렁길을 왔다갔다 하다 보면 몸은 파김치가 되고 배는 뱃가죽이 달라붙고 목은 타 들어갔다. 해가 서산에 뉘엿뉘엿 지고 황금빛 들판이 아름답게 빛날 때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었다.

 

필자의 집 마당에는 할아버지께서 심은 사과나무 한 그루와 단성감이 있었다. 훌륭한 간식거리였고, 특히 우물가 청포도는 꿀맛이었다. 등목을 하고 난 뒤 먹는 보리밥과 된장은 지금은 맛 볼수 없는 추억의 맛으로 남아있다.

 

또한 추석을 상징하는 송편을 만드는 데 가장 정성을 쏟았는데 깨끗한 솔잎을 채취하기 위해 필봉산으로 발품을 팔기도 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아련한 추억의 한 장면이다. 함양 인구 10만명이 넘던 그 시기 추석이 되면 버스정류장에는 사랑하는 아들과 딸, 친척들의 귀향을 반기는 우리의 이웃들로 북적였다. 말 그대로 엄청난 귀성객과 그들을 맞이하는 가족들의 인파로 장사진을 이뤘다.

 

필자는 젊은 시절 추석연휴가 되면 부산에 살고 계시던 고모님을 맞으러 버스터미널로 갔었다. 부산에서 식당을 운영해 제법 살림이 넉넉했던 고모님은 함양으로 올때면 머리위에 그리고 양손 가득 음식거리를 싸오셨다. 고모님은 함양에 오기 전에 부산 자갈치 시장에 들러 누렇게 살찐 가오리 서너마리를 항상 사오셨다.

 

가오리를 무와 함께 채 썰어 초고추장에 무치면 큰 고무통에 가득했다. 할머니, 삼촌, 고모, 사촌동생들과 삥 둘러앉아 막걸리와 함께 먹는 기쁨은 지금도 생생하고 그 맛 또한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다. 가오리를 다 먹고 나면 식은 밥을 비벼 저녁식사를 마쳤다. 도란도란 둘러앉아 배 터지게 먹고 있으면 할머니는 나는 안먹어도 배가 부르다면서 미소 짓던 그때 그 모습이 꿈결처럼 그립다.

 

금년 추석연휴는 역대 최장인 10일간이다. 정부의 연휴발표가 나자 해외항공권이 동이 났단다. 또 추석연휴 3~5일간은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되고 국립현대미술관, 고궁 등을 무료 개방한다니 참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연휴가 긴데 돌아올 가족이 없는 가정을 한번 쯤 생각해보자. 삭막하기 짝이 없다. 기다림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커다란 아픔으로 남는다. 아무리 물질적 풍요가 있다 해도 누림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인생인 걸 어쩌랴! 추석, 어제와 오늘의 달맞이는 한결 같지만 그때와 오늘의 풍속은 너무나 다르다. 늙어가면서 세월 가는 게 싫은데 너무 빨라 더욱 서글퍼진다. 가을날 긴 연휴동안 독서를 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박영일

현) 함양인터넷뉴스 회장
현) 함양문화원 부원장

함양군청 기획감사실장 역임

 

 

 

 

 

 

 

 

함양인터넷뉴스(hy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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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형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옛날 생각이 나네요 건강 잘챙기시기 바랍니다? 201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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