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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들의 봄 나들이

함양군행정동우회, 목포 유달산을 가다.

기사입력 2018-05-0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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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기지개를 켜고 연두빛 새싹을 밀어 올리면서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특히 하얀 벚꽃잎이 바람에 날려 도로 위를 뒹굴는 모습을 보면 흡사 팔딱이는 은빛 멸치때처럼 찬란하게 빛난다. 이때쯤이면 전국은 상춘객으로 북적인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심신이 노곤해지고 무기력해지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곧잘 느낀다.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신선함을 찾기 위해 여행이라는 편안한 단어를 생각하기도 한다.

 

백곡이 봄비에 젖는다는 곡우를 지난 425, 함양군퇴직공무원들의 모임인 함양군행정동우회( 회장 문정섭) 회원 34명의 올드보이들이 전남 목포 유달산으로 봄나들이를 떠났다.

 

상림공원 주차장에서 만난 올드보이들의 표정은 기쁨과 평화로움이 그득했다. 60대와 70대가 주류를 이룬 올드보이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목포로 향했고 점심시간이 되기전 유달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필봉산 높이인 유달산(228m)은 목포시 죽교동에 위치한 기암괴석으로 된 경치가 수려하고, 목포시와 다도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이며 산 전체가 둘레길이자 시민공원이다.

 

그 중 노적봉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적은 병사로 수많은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노적봉에 볏짚을 이고 섶으로 쌓아 왜군으로 하여금 군량미가 대량으로 비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주민들에게 군복을 입혀 돌게해 많은 군수가 있는 것으로 위장해 왜군을 후퇴시킨 일화가 너무나도 유명한 곳이다.

 

 

노적봉 뒤로 돌아가면 당시 부녀자들이 부역을 나와 짚과 섶을 나르며 용변을 보았던 바위 밑에 여자나무라는 표식판이 세워져 있고, 실제 150년된 팽나무가 살아있는데 다산목으로 알려져 있다. 스토리텔링의 좋은 예인 것 같았다.

 

산을 오르면 새천년을 상징하는 기둥 16개의 시민종각이 있고, 중턱에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의 노래비가 서 있어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애잔한 노래소리가 지금도 울려 퍼진다.

 

조금 더 올라가면 유달산의 명당으로 유명한 1등 바위와 2등 바위가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먼 유달산 동쪽 기슭으로 목포시가 자리잡고 목포대교를 지나 하도의 부두에 쓸쓸하게 누워있는 세월호를 스쳐봤다.

 

시간관계상 산에 오르지 못한 이들은 자연사박물관과 조각공원을 둘러보고 우리는 영산강 하구언의 갓바위 앞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늦은 점심으로 푸짐한 회와 소주를 들면서 지난 세월의 추억을 주고 받았다.

 

참석자 중 최고령인 92세의 이강택 전 면장은 여행 참석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처음에는 나이 많은 사람이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망설였는데 부를 때 가지 않으면 다시는 연락도 오지 않는다는 옛말이 기억나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와 성공을 겪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실패를 해보지 않으면 험한 인생행로를 맛볼수 없으니 실패에 대한 반성이야말로 그 사람에게 중후한 멋과 깊이를 더해주는 만큼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아라고 덕담을 해줬다.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함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모두가 조용히 음악감상과 사색을 즐겼다.

 

 

박영일 회장 (hy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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