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향기와 음악에 취해 자유로움과 열정을 즐기다
10월 9일 늦은 7시, 함양군 서상면 옥산리 부전계곡 안유헌 농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로 안유헌 농장 대표인 산골 아지메 김인식씨가 개최한 ‘부전계곡 구절초 음악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오후 6시 30분 부전계곡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였다. 개인이 주최한 음악회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온 것에 놀라웠다.
안유헌으로 올라가는 길은 가로등이 없어 걷기에 불편했지만 깜깜한 밤에도 하얀광채를 내는 구절초, 계곡의 물소리, 풀벌레 소리는 다정한 길동무 역할을 해주었다. 조금 지나니 안개등이 띄엄띄엄 길을 안내했다. 이윽고 도착한 안유헌 농장은 주차장에서 걸어올 때의 적막함과는 달리 사람 소리가 한가득이였다.
으레 음악회 무대라면 화려한 조명과 큼직큼직한 음향기기가 있기 마련인데 구절초 음악회 무대는 그런 것들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무대 턱도 없다. 그냥 바닥이다. 관객들과 격의없이 호흡하기 위한 산골 아지매의 특별한 배려인 듯한 느낌이였다.
공연 시작 전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이 40~60대 사이의 연령대이고 스님도 보이고, 수녀님도 보이고, 예술가 모자를 쓴 사람, 장발을 한 사람 다양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또한 평상, 바닥, 바위, 계단 등 앉거나 서있을수 있는 곳이면 객석이였다. 얼핏보면 질서가 없어 보이지만 공연 시작전 사회자의 넌센스 퀴즈를 구경하는 모습들이 하나같이 자유로운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음악회 시작 전 상당한 기대를 갖게 했다.
중절모에 개량한복을 입고 자신을 바보라고 불러 달라는 사회자는 “하고 많은 사람 중에 우리가, 하고 많은 곳 중에 안유헌에, 하고 많은 날 중에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함께 즐겨보자”며 음악회 시작을 알렸다.
첫 무대는 ‘묻어버린 아픔’의 가수 김동환이 열었다. ‘묻어버린 아픔’을 부를 때는 관객들 하나같이 몸을 좌우로 흔들며 애절함이 묻어나는 가수 김동환의 목소리에 취했다. 노래가 끝나자 객석에선 환호와 휘파람 소리가 터져나왔다. 김동환씨는 “역시 가수라면 히트곡이 한 곡 정도 있어야 하나봐요”라며 웃었다. 관객들은 연신 “앵콜, 앵콜”을 외쳐댄다.
이어서 ‘부전계곡 구절초 음악회’ 멍석을 깔아준 산골아지메 김인식씨의 수줍은 인사가 있었다. 김씨는 “산골짜기까지 너무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자연으로 어우러지자’는 내용의 서문을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두 번째 무대는 7080세대면 누구나 아는 ‘비오는 날의 수채화’의 가수 권인하가 만들었다. 그의 등장으로 이미 객석은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권인하씨는 “주변 경관이 노래 부르는 사람에게 너무 깨끗한 환경”이라며 감탄했다. 관객들과 함께 부른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 이어 가수 김현식의 20주기를 기념하며 ‘사랑했어요’를 선물했다.
세 번째 무대는 언더그라운드의 황제로 불리는 가수 최영업씨가 경쾌한 통기타 연주를 선사했다.
네 번째 무대는 김인식 대표의 동생인 김정식씨가 가수 못지 않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부전계곡을 울렸다. 예정에는 한 곡만 부르기로 했지만 엄청난 앵콜요청으로 다함께 부르기 위해 ‘돌아와요 부산항’을 불렀는데, 다음 무대를 준비하던 신촌블루스가 연주를 해주었다.
이어 부전계곡 구절초 음악회의 하이라이트, ‘구절초 밴드’의 환상적인 공연이 있었다. 구절초 밴드는 하루만 결성된 것으로 그 멤버는 신촌블루스의 엄인호(기타), 들국화의 주찬권(드럼), 사랑과 평화의 안정현(키보드), 김대건(베이스)이다. 각 멤버의 명성에 걸 맞는 정말 수준 높은 무대를 선사했다.
‘구절초 밴드’의 공연은 곧 부전계곡을 70~80년대 분위기로 만들었다. 열정, 조화가 하나되어 저절로 박수가 나오게 했다.
골목길, 축복합니다, 매일 그대와 등 주옥 같은 명곡을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부르니 그 감동이 배가 되었다. 관객들은 일어나 춤을 추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으면 무대로 나와 춤을 추고...몇 곡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려 5곡 이상을 ‘구절초 밴드’는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1~2곡만 들어도 감사했을 것인데, 대단히 파격적이었다.
마지막 무대는 국악연주단 ‘해당화’의 북소리 공연이였다. 오래 기다려 지쳤을 법도 하지만 채를 잡고 북을 두드리는 그들의 모습은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리더의 기합소리와 함께 신나는 장단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추었다.
3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부전계곡 구절초 음악회’는 공연 하나 하나가 모두 관객들과 함께 호흡했다. 다음 공연 준비 타임에는 관객이 나와 노래를 했고, 신나는 연주가 흘러 나올때는 일어나 춤을 추고 귀에 익숙한 곡이 나오면 따라 부르는 등..
특히 이번 음악회의 특징은 자유로움이였다. 중간중간 배가 고프면 누가 가져다 주는 것 없이 개인이 알아서 공연장 한켠에 마련된 수육, 떡, 과일 등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고, 커피가 생각나면 한잔 타다 마실 수 있었다.
'부전계곡 구절초 음악회'에 대해 평을 한다면 이날 관객으로 참석한 KBS 박용석 PD의 공연 관람 소감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박 PD는 "파격적이고, 흥겹고, 감동적인 음악회이다. 영원히 기억될 공연이다"며 "부전계곡 구절초 음악회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한번은 연출을 해보고 싶다. 내년에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음악회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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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박수가 끊이질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