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업이라는게 변강쇠, 옹녀가 뭐요? 요즘 세대는 관심 1도 없는데”
“그 돈으로 청소년들 갈곳을 만들어 주세요. 도서관을 차라리 지어주지...”
이는 지난 10월 25일 함양군이 오도재 인근에 변강쇠와 옹녀를 주제로 한 테마공원 조성계획에 대한 용역보고와 관련해 ‘함양인터넷뉴스’의 보도가 나간 이후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댓글이다.
변강쇠와 옹녀 테마공원 보도가 난 후, 함양군내가 떠들썩 했다. 여러 사정 설명은 생략하고 과연 변강쇠와 옹녀 테마공원이 사업성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변강쇠는 전래 설화를 바탕으로 조선 후기 판소리의 대가 신재효가 정립한 판소리 여섯마당 중 하나인 가루지기 타령에 나온다. 전라도에서 태어난 변강쇠와 평안도 출신 옹녀가 각각 남과 북을 다니면서 겪는 온갖 성적(性的) 관계를 질펀한 묘사에 해학을 담아냈다. 변강쇠와 옹녀는 청석관(개성)에서 만나 결혼해 지리산에 터를 잡고 살았다. 변강쇠는 나무하기 싫어서 장승을 패어서 때다가 장승동증에 걸려 장승모양으로 죽어, 게으르고 추잡한 인물의 전형으로 그려져 있다. 이후 100여년간 우리사회에서 변강쇠는 정력의 상징이요, 옹녀는 색녀의 상징으로 인식이 되었다.
그런데 함양군은 이들을 유랑민으로서 힘겹게 정착한 삶을 강조하는 스토리로 테마공원을 만든다고 한다. 과연 변강쇠와 옹녀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이 황당한 스토리라인에 공감을 할 수 있을까? 변강쇠와 옹녀에 대해 아는 사람 10명을 잡고 물어봐라, 열이면 열 성(性)에 대한 답변을 할 것이다. 이러한데 도대체 무슨 수로 그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말인가?
2006년 비슷한 장소에 예산 52억원을 들여 변강쇠를 테마로 성기(性器)모양 장승을 설치했다가 ‘선비의 고장에 가당키나 하냐’는 비난여론에 철거한 사실이 있는데도 말이다.
특히 더 심각한 것은 용역보고에서 공원 조성을 위해 약 980여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했다가 엄청난 비난 여론에 12월 4일 최종보고회에서는 사업비를 139억여원으로 대폭 축소시켜서 사업계획을 내놓았다.
이전과 사업내용은 그대로인데 사업비만 840여억원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졸속도 이런 졸속이 없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사업을 입안한 함양군 관계 담당공무원들은 징계를 받아 마땅한 사안이다. 군수와 군 관계자들이 용역을 발주하면서 심사숙고하여 예산을 잘 검토해 책정해야 하는 것인데, 이마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어디 하나 제대로된 내용은 없고 무조건 추진하겠다는 서춘수 군수와 함양군의 강력한 의지(?)만 드러낸 셈이 됐다.
함양군의 예산은 5,021억원으로 재정자립도는 500억, 즉 10%로서 공무원 인건비에 겨우 충당될 정도이다. 함양군의 국도비 보조사업 시군부담금이 700~800억이며, 부족한 자금을 외부로부터 임시로 차입할 수 있는 차입금도 150억(3%) 밖에 되지 않는 열악한 예산규모이다.
이러한 예산 규모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은 한푼이라도 아껴서 벌려 놓은 사업들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이 현명한 군수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함양군수 서춘수 이름 석자 오래도록 군민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면 자라나는 우리 미래의 세대를 위해 공약했던 ‘함양군어린이드림센터’에 보다 더 행정력을 집중하길 바란다. 함양군의 미래를 위한 고언(苦言)이다.
박영일
현) 함양인터넷뉴스 회장
전) 함양군 기획감사실장
